본문 바로가기

[황흑] 끝나지 않는 여름, 그 안에서 * 타임 루프 소재입니다. * 사망 소재.유혈 주의 * 배경은 테이코 01 7월 11일 3시 40분.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가까스로 내뱉으며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한 걸음에 두 계단씩, 박차고 나갈 때마다 복도에는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더는 안 돼, 이번엔 제발- 환한 빛이 한 줄기 새어나오는 옥상 문을 쾅-하고 열어젖히자 한여름 햇빛이 온 공간을 메워 눈이 부셔왔다. 반사적으로 잠시 감았다 뜬 눈. 흐릿한 시야 속에서 점점 선명해져가는 건 너무도 푸른 하늘, 그와 꼭 닮은 머리색을 가진 너의 뒷모습이었다. 큰 소리에 놀랐는지 너는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래, 수없이 창 밖에서 떨어지던 너. 틀림없이 너였어. 02 7월 11일 3시 10분. 캄캄한 어둠 속. 눈은 뜨지 않았지만 천천히 .. 더보기
비 오는 날 * 네가 좋아하는 비를 / 비를 좋아하는 너를 후두둑- 기분 좋은 빗소리가 들려온다. 창문 너머로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조금 차분해지는 듯한.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 비에 젖은 꽃잎들을, 특유의 풀내음을, 어두운 하늘을 좋아한다. 내 주변 사람들은 빗소리는 좋아해도 비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성가셔지니까. 그런 것들을 다 덮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비 오는 날의 경치를 좋아한다. 거센 빗줄기가 온갖 걱정들을 쓸어내려 가는 것만 같아 마음이 가벼워지고, 빗방울이 만들어 내는 리듬에 맞춰 어딘가가 벅차오르기 시작한다. 그런 느낌, 창 밖에 비가 오는 교실, 그 풍경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 너를. 빗소리만이 들리는 조용한 교실. .. 더보기
밤하늘 * 죽은 사람X남겨진 사람 무서울 정도로 캄캄한 밤하늘. 온통 검정색이 되어버린 하늘은 흐리다기보다는 오히려 맑아서, 수채화를 칠한 듯 한없이 투명하고 깊어 보였다. 저 하늘로 뛰어 내린다면 인공위성인지 별인지 모를 그 무언가들 사이에서 편히 잠들 수 있을 것만 같다. 모두 잠들었을 시간, 고요한 풍경 속에서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소리가 들려온다. 천천히 눈을 감고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쉰다. 시원한 밤공기가 온 몸을 타고 돌아 기분이 한결 상쾌해진다. 네가 그렇게도 좋아했던 바람소리, 에일 듯한 시린 공기. 조금은 이유를 알 것 같아. 어제 그 벤치에 앉아 이제는 없는 너의 손을 살며시 잡아본다. 눈을 감고 있으면 너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리 기억해 보려고 노력해도 너의 모습은 천천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