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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소꿉친구/자각 어쩌면 시작은 동경이었는지 모른다. 공부는 물론이고, 농구부 주장에 피아노 콩쿨 수상경력도 여러 번 있는 너는 정말 말 그대로 못하는 게 없는 아이였다. 거기다 성격도 나무랄 데 없었고, 성실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소위 말해서 나랑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그게 너를 향한 나의 시선이었다. 그에 비하면 너와 같이 다니는 게 신기할 정도로 나는 보잘 것 없는 평범한 사람. 어딜 가나 한 명쯤 있는 그냥 그런 아이. 그 차이가 너무도 커보여서, 꽤 오랜 시간 너의 곁에 있으면서 느낀 감정들은 질투보다는 동경에 가까웠다. 경쟁자라고 하기도 벅찬 너와 내 사이는 나의 일방적인 존경과 부러움으로 채워져 갔다. 정말 한 순간이었다. 그 모든 것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 건. 옆집에 사시는 너의 어.. 더보기
네가 주인공인 나의 이야기 * 짝사랑 “좋아했어.” 과거형은 언제나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무언가 해보려 했을 땐 이미 늦었단 뜻이니까. 첫눈에 반한다는 말은 믿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분명 처음엔 아니었는데. 내게 처음 말을 걸어준 게 너였고, 그 뒤로 종종 너와 시덥잖은 대화를 나누곤 했다. 취향이 꽤 잘 맞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친해진 우리는,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 자연스러운 전개 속에서 나만이 자연스러울 수 없게 된 게,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어느 순간 문득 깨달았던 것 같다. 좋아하는 건가, 하고. 재밌는 건 한 번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네 모든 게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동그란 눈이 예뻤고, 같은 것을 말하는 목소리가 예뻤고, 날 돌아보는 그 향기가 예뻤다... 더보기
나, 너를 위해 * 내가 너를 위해 / 너와 나, 우리를 위해 덜컹. 온 몸에 전해져 오는 진동에 놀라 눈을 떠보니, 아니. 눈을 뜬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주위가 온통 캄캄했다. 몸을 일으켜 보려고 했지만 손도 발도 무언가에 묶여 있는 듯,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마도 자루에 담긴 채 자동차에 실려 어딘가로 향하고 있나보다. 간신히 숨만 쉴 수 있는 작은 구명과 내 귀에 의존해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그 정도뿐이었다. 그럼 역시, 잡혀온 건가. 어디 아픈 곳이나 맞은 흔적은 없는 것 같으니 마취제? 수면가스 살포 같은 뻔한 함정에 당했나보네. 그래도 나름 경찰이라더니, 괜히 나서다가 이게 뭐야, 한심하게. 시작점은 1년 전쯤, 자신들을 테러조직이라고 칭하는 이들이 한 날 한 시에 들고 일어난 사건이었다. 그렇게 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