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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1차

밤하늘

0 is start 2017.03.26 14:28

  * 죽은 사람X남겨진 사람

  무서울 정도로 캄캄한 밤하늘. 온통 검정색이 되어버린 하늘은 흐리다기보다는 오히려 맑아서, 수채화를 칠한 듯 한없이 투명하고 깊어 보였다. 저 하늘로 뛰어 내린다면 인공위성인지 별인지 모를 그 무언가들 사이에서 편히 잠들 수 있을 것만 같다. 모두 잠들었을 시간, 고요한 풍경 속에서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소리가 들려온다. 천천히 눈을 감고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쉰다. 시원한 밤공기가 온 몸을 타고 돌아 기분이 한결 상쾌해진다. 네가 그렇게도 좋아했던 바람소리, 에일 듯한 시린 공기. 조금은 이유를 알 것 같아. 어제 그 벤치에 앉아 이제는 없는 너의 손을 살며시 잡아본다. 눈을 감고 있으면 너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리 기억해 보려고 노력해도 너의 모습은 천천히 옅어지고 희미해져서, 지금은 간신히 느낌으로만 떠올릴 수 있을 뿐이다. 그마저도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나는.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했다. 죽어가기 때문에 너와의 시간들이 소중했고, 소중했기 때문에 더욱 사랑했다. 그리고 너는 정말로 죽어버렸다. 둘이서 함께 웃고 떠들던 순간들이 영원히 계속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는 죽게 될 것임을 알기에 너를 사랑했다. 그런데 네가 죽어버린 지금, 그 모든 일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남아있을까. 죽어가기 때문에 사랑했노라고 말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너의 죽음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라는 건, 나한테는 너무 무리한 부탁이었다. 그러기엔 내가 아직 철들지 못했기 때문에. 네가 없는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게 아직도 버겁기 때문에. 역시, 내가 사랑한 건 너였다. 죽음의 길에 서 있는 게 다른 누구도 아닌 너였으므로, 죽어가는 를 사랑했다, 나는.

  너는 이미 죽었으니까, 이제 와서 아무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붉어지는 눈시울은 나도 어쩔 수 없다. 너와 함께 걸었던 밤길, 앉았던 이 벤치, 네가 불러주었던 노래. 혼자서 되짚어 가면서, 이 시간에 영원히 머물기를, 하고 바라본다. 천천히 떠나려는 기억들을 하나씩 붙잡으면서, 너를 잊고 싶지 않다고. 이런 내 모습을 네가 보고 있을 거라 믿는다. 분명 저기 어디쯤에서 바보 같은 나를 보며 조금은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겠지. 그리고 언젠가 너를 다시 만나게 되면, 이번에는 죽어 있기 때문에 를 사랑했노라고.

  오늘도 네가 있을 밤하늘은 검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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