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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

내 곁에서 * 귀신을 보는 아이 X 귀신을 보는 척하는 아이 “나도 귀신이 보여.” 그래, 여기가 그 모든 일의 시작이다.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그냥 이렇게 하면 네가 날 돌아봐 줄 것 같아서. 나에게 있어 너만큼이나 네 안에서 나도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보이지 않는 걸 보이는 척할 자신은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믿어왔으니까. 형은 네 곁에 있어, 잊지 않으면 우리 곁에 살아 있는 거야. 내가 울 때면 항상 부모님은 그런 말들로 나를 달래려 했지만 형은 나를 구하려다 죽었고, 여기엔 없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그 때는 믿어보려고 나름 노력했으니까. 내 말을 들은 너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이내 환하게 웃었다. “너도 귀신이 보인다고? 그럼 내가 귀신을 본다는 것도 믿어주는 거야?” “당연.. 더보기
내가 알던 너는 *역설 역설. 내가 참 좋아하는 표현법이다. 미운 너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너를 미워한다. 얼핏 보면 잘 모르겠지만 내 마음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분명 너를 향해 달려가고 있음에도 더 멀어져만 가는 너와 나의 거리는 언제쯤 좁힐 수 있을까. 어린 나이부터 홀로 자라온 너는 화목한 가정의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항상 밝은 아이였다. 충분히 마음 상했을 만한 상황인 것 같은데도 생긋 웃는 얼굴로 괜찮다고 말하는 너의 표정에선 그 어떤 어둠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얘기하다 자연스레 부모님 자랑이 나올 때면 조금씩 밀려와 너의 얼굴 위를 가득 덮어버리던 불안과 공허함을, 오랜 시간 곁에 있던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순간순간들은 잠깐 스쳐지나갔을 뿐이고, 아이들은 그 한 마디 .. 더보기
동경 *소꿉친구/자각 어쩌면 시작은 동경이었는지 모른다. 공부는 물론이고, 농구부 주장에 피아노 콩쿨 수상경력도 여러 번 있는 너는 정말 말 그대로 못하는 게 없는 아이였다. 거기다 성격도 나무랄 데 없었고, 성실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소위 말해서 나랑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그게 너를 향한 나의 시선이었다. 그에 비하면 너와 같이 다니는 게 신기할 정도로 나는 보잘 것 없는 평범한 사람. 어딜 가나 한 명쯤 있는 그냥 그런 아이. 그 차이가 너무도 커보여서, 꽤 오랜 시간 너의 곁에 있으면서 느낀 감정들은 질투보다는 동경에 가까웠다. 경쟁자라고 하기도 벅찬 너와 내 사이는 나의 일방적인 존경과 부러움으로 채워져 갔다. 정말 한 순간이었다. 그 모든 것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 건. 옆집에 사시는 너의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