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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

비 오는 날 * 네가 좋아하는 비를 / 비를 좋아하는 너를 후두둑- 기분 좋은 빗소리가 들려온다. 창문 너머로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조금 차분해지는 듯한. 비오는 날을 좋아한다. 비에 젖은 꽃잎들을, 특유의 풀내음을, 어두운 하늘을 좋아한다. 내 주변 사람들은 빗소리는 좋아해도 비는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성가셔지니까. 그런 것들을 다 덮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비 오는 날의 경치를 좋아한다. 거센 빗줄기가 온갖 걱정들을 쓸어내려 가는 것만 같아 마음이 가벼워지고, 빗방울이 만들어 내는 리듬에 맞춰 어딘가가 벅차오르기 시작한다. 그런 느낌, 창 밖에 비가 오는 교실, 그 풍경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속에 자연스레 녹아든 너를. 빗소리만이 들리는 조용한 교실. .. 더보기
밤하늘 * 죽은 사람X남겨진 사람 무서울 정도로 캄캄한 밤하늘. 온통 검정색이 되어버린 하늘은 흐리다기보다는 오히려 맑아서, 수채화를 칠한 듯 한없이 투명하고 깊어 보였다. 저 하늘로 뛰어 내린다면 인공위성인지 별인지 모를 그 무언가들 사이에서 편히 잠들 수 있을 것만 같다. 모두 잠들었을 시간, 고요한 풍경 속에서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소리가 들려온다. 천천히 눈을 감고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쉰다. 시원한 밤공기가 온 몸을 타고 돌아 기분이 한결 상쾌해진다. 네가 그렇게도 좋아했던 바람소리, 에일 듯한 시린 공기. 조금은 이유를 알 것 같아. 어제 그 벤치에 앉아 이제는 없는 너의 손을 살며시 잡아본다. 눈을 감고 있으면 너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리 기억해 보려고 노력해도 너의 모습은 천천히.. 더보기
네가 있으므로 * 소꿉친구 그러니까, 더 이상은 아무런 미련도 남아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땅이 꺼지든 화산이 폭발하든 갑자기 물에 빠지든, 잃을 것도 없는 인생 여기서 끝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좀 오래 전부터 그랬다. 이걸 잘하네, 이쪽 일 해보는 게 어때? 저걸 잘하네. 저건 어때? 뭐하나 잘난 게 없는 나는 그런 얘기 한 번을 들은 적이 없다. 그렇다고 딱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면 항상 어른들은 말했다. ‘꿈’이 있어야 해. 너 커서 뭐하려고? 흥미 있는 걸 찾아봐. 그렇게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내가 얻은 결론 하나는, 이 세상 많은 일 중에 내가 좋아할 일은 없다. 그것 하나뿐이었다. 어찌됐든 뭐라도 해야지 싶어 남들 따라가다보니 어찌저찌 대학은 가 있더랬다. 그것마저 졸.. 더보기